리뷰 2015. 2. 22. 22:17

<트렌드 리스트 Trend List> (2011~) 3/3

이 리뷰는 다음 포스팅으로부터 이어진 것이다.

<트렌드 리스트 Trend List> (2011~) 1/3




프레임 (Frame)
"프레임은 그 안쪽 내용이 강조되도록 돕는 부가적 요소로 사용되는데, 대개 밑줄이나 중앙정렬된 타이포그래피 같은 트렌드와 함께 사용된다." 
     지면 외곽에 액자와 같은 테두리를 만들어 보다 견고한 사각형의 영역을 확보하고 내용을 강조하는 방식은 산업 현장의 정보 디자인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데, 오늘날의 그래픽 디자인에서 이것은 의도된 투박한 형식 중 하나로 사용된다.




사선 (Slash)
"지금까지 등장한 가장 트렌디한 형태일 사선은 한 모서리에서 반대편 모서리까지의 대각선 획으로 나타난다. 책 표지 전체나 포스터 지면을 가로지르는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이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사선은 지면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기본적인 형식 중 하나로, '사선 구도'에서와 같이 흔히 지면 전체 구도에 적용되지만, 밑줄의 기울어진 버전처럼 선적인 요소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선 패턴 (Diagonal Pattern)
"대개 45도 각도를 이루는 선들로, 주의지역 표지판에 사용된 줄무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시선을 끌고, 강력한 표현이며, 흰 여백을 채울 필요가 있을 때에는 항상 효과적이다." 
     그만큼 이제는 진부해지기 쉬운 요소이기도 하다.



물결 그래픽 (Wiggles)
균일하게 그려진 물결 모양의 벡터 그래픽은 벡터 기반의 정연한 그래픽 디자인에서 지면에 활기를 부여하면서도 지나치게 이질적으로 두드러지지 않는 장식적 요소로 활용된다. 역시 어도비 툴의 영향이다.




정물 (Still Life)
"한 덩어리로 배치하고 촬영하기. 트랜디해 보이는 포스터를 만드는 즉각적인 방법."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 요소 등을 대신해 입체 실물을 제작해 배치하고 정물 사진으로 한꺼번에 담아내는 방식으로, 2차원과 3차원이 한 화면에서 뒤섞이는 효과를 의도한다. 사진 프레임에 담길 영역을 의식해 미니어쳐, 벽면 등 실물을 세팅하고, 이를 촬영한 사진으로 지면 전체를 채우는 것이다. 이 사진 위에, 혹은 사진 속 입체물의 방향을 따라 타입을 세팅하면 다시 한번 차원이 모호해진다. 
     정물 촬영 방식은 2000년대 중반에 특히 인기를 끌었는데 종이 캐릭터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었다.


스캔 이미지 (Scanned)
"스캐너를 사용해 얻어진 왜곡된 타이포그래피. 실험적 결과물이 보장된다."
     스캐너 위에 이것저것 올려가며 움직이고 포토샵으로 약간 다듬는 정도만으로도 예측하지 못했던 독특한 왜곡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왜곡된 사진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사진 속 왜곡된 형태를 벡터 그래픽으로 옮기기도 한다. 디자인 전반을 압도할 정도로 강한 인상을 지니는 형식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구현할 수 있기에 적절한 맥락에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별 (Stars)
"밤 하늘에의 매혹이 동시대적 트렌드의 하나로 돌아온 듯하다. 중앙 정렬된 무한대 형태, 삼각형, 가는 선들과 함께 사용되곤 한다. 흥미롭게도 이 트렌드는 대개 음악과 연관되어 있다."
     초현실주의적인 연출을 비롯해, 신비감을 주는 화면 구현이 유행하면서 등장한 트렌드 중의 하나로 보인다.




다이아몬드 (Diamonds)
"다이아몬드는 아름다운 광물이다. 크리스탈 모양과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다각형의 외양은 오늘날 그래픽 디자인의 상징적 심볼 중 하나이다."
     만화 수준으로 단순화된 다이아몬드 그래픽 심볼은 주로 익살맞은 분위기 속에서 등장하곤 한다. 

무한대 형상 (Infinity Shapes)
"이것은 기하학과 수학이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때 보이는 방법이다. 에셔 풍의 논리적 넌센스가 밤 하늘 배경이나 중앙정렬된 타이포그래피와 같은 다른 그래픽 디자인 트랜드들과 혼합된다."
     특별한 의도 없이 착시 효과가 주는 약간의 신비감을 가볍게 덧붙이는 용도로 이 요소가 종종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고대 석상 (Ancient Statues)
역사적/신화적 형상이자, 인물의 형상, 그리고 대량생산된 복제품의 형상인 고대 석상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오브제다. 덕분에 신비주의적인 그래픽 디자인에서 콜라주 또는 정물 사진의 형식으로 자주 활용되는 요소가 되었다.



미키 마우스 손 (Mickey Hands)

만화를 그래픽 요소로 활용하는 것은 일러스트레이션의 삽입과는 다른 인상을 주는데, 친근한 그림을 사용해 활기를 주면서도 설명적이 되지 않고, 여전히 개념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미키 마우스의 손과 더불어, 심슨도 여러 방식으로 자주 등장한다. 




트렌드 제너레이터
트렌드 리스트 웹사이트에서 소개하는 이러한 트렌드들을 선택적으로 결합해서 포스터를 만들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공개되어 있다. 이 앱을 사용하면 전문적인 소프트웨어 없이도 트렌디한 디자인을 쓱쓱 만들어낼 수 있는데, 10분 만에 뚝딱하고 만들어낸 듯한 예시들을 보고 있으면 소개된 트렌드들이 전부 무용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전문 디자이너가 진지하게 사용할 것 같지는 않지만 결과물을 인쇄 품질로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적당하게 트렌디한 느낌의 포스터를 급조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겠다. (관련 영상 링크)



이 웹사이트에서는 수집된 사례들의 국적별로 모아두기도 하는데, 국가적으로는 1,300여 개 사례가 포함된 독일을 선두로, 프랑스, 영국, 스위스, 미국,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럽이 주를 이룬다. 70여 개 사례가 포함된 한국은 유럽과 북미, 호주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18번째에 올라 있다. 참고로 일본, 중국, 대만은 각각 20개 이하 수준으로 한국보다 훨씬 적다. 물론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수치가 못되기는 하지만 지난 10여년 간의 한국 그래픽 디자인이 유럽의 그것과 상당 부분을 공유해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인터넷 시대 이후 소위 디자인 선진국과의 시차가 상당히 좁혀진 상태에서 몇 스타 디자이너들과 계간 <GRAPHIC>지 등의 영향으로 보다 직접적으로 그 영향을 받게 된 한국 특유의 상황을 반영한다.
     이 웹사이트의 의도와 무관하게, 디자이너들은 위의 트렌드들 중 하나라도 특별한 이유없이 사용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다. 의도적으로 피하게 될 수도 있고. 이렇게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모아 놓으니 수준 높은 작품들 속에서 제 각각의 이유로 결정되었을 요소들이 그저 ‘지금 유행하는 스타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수집된 작품 디자이너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이 아카이브를 지나치게 비평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여기서는 동시대적 현상의 관찰에만 집중하고, 각각의 작업에 대한 선택의 배경에 관심이 생겼다면 링크를 따라가 보면 될 일이다.




P.S.

보다 가까운 예시들로 항목마다 트렌드 리스트 웹사이트에 포함되지 않은 국내 사례들을 추가했다. 각 사례들의 출처는 캡션에 링크되어 있다.



출처: <Trend List> Website
원문 작성: 2011년 8월 1일 네이버 블로그 (2015년 11월 수정)